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요사이 게임에 푹 빠져있다. 인구에 수없이 회자되는 온라인게임도 아니고 상품권과도 관련 없는 PC용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11번째 버전이 나올 때까지 업무와 세상에 지칠 때 도피처를 제공해 주곤 했다.
학생들과 자식들에게는 게임의 중독성과 시간낭비를 이유로 잔소리하면서, 원작을 좋아해서 한다느니 짬짬이 하는 유일한 게임이니 하는 핑계를 대며 슬며시 게임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서 게임은 디지털 콘텐츠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이란 본래 이해관계가 다른 다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특정 목적을 위해서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것이다. 넓게 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활동이나 도박도 게임이고, 명예를 위한 사회활동이나 스포츠도 게임이다. 심지어 남녀간의 애정관계도 게임으로 표현된다. 경쟁사회의 세상살이 거의 모든 것이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역시 게임에도 구분이 있고 그 구분에 따른 `게임의 법칙'이 있다.
게임을 구분하는 한 방법으로, zero-sum게임, win-win게임, lose-lose게임이 있다. zero-sum게임의 직접적인 의미는 일방의 이익이 게임의 다른 참여자의 그만큼 손해로 귀결되는 것이지만,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일방이 제한된 재화나 자원을 차지하는 모든 경우를 의미한다. 결국 대부분의 경쟁적 경제활동, 스포츠, 도박이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zero-sum게임에서는 winner-take-all의 뚜렷한 경쟁원리를 지향하는 만큼 게임의 법칙이 명확하다. 상법과 시장원칙, 스포츠 규정, 도박의 룰 자체는 명쾌하며 이를 어기는 게임 참여자를 처벌하는 방식도 상식이다. 일단 게임의 규정과 룰이 정해지면 그 뚜렷한 테두리 내에서 경쟁할 뿐이다. 그 법칙의 논리가 정연하니 게임이론(game theory)과 같은 수리적 문제해결 접근방식까지도 등장했다.
문제는 zero-sum게임이 아닌, win-win게임에 있다. win-win게임은 같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대중소기업 상생이나, 노사 대타협, 하물며 인간관계에까지 자주 등장하는 멋진 표현이다. win-win게임이 많이 등장하고 성취될수록 이 사회는 멋지게 된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여 함께 이익을 성취하자는 것이니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점은, win-win게임에서는 게임의 법칙이 규정과 룰로 뚜렷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뻔한 식량으로 많은 사람을 배불리는 모범답안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win-win게임의 법칙은 게임의 목적을 강조한다. 역으로, 게임의 참여자들이 올바른 공동의 목적을 설정하지 않으면 lose-lose게임이 되고 만다. 흔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며 win-win하자고 도모하는 제안에는 환상과 함정이 있기 쉽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 사회에서 win-win 게임의 성취는, 게임 참여자들만의 거룩한 의욕과 피나는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건실한 목적의 win-win 게임을 잉태시키고 또 그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기 전에 파이를 키워줄 환경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zero-sum 게임의 법칙이 게임 참여자 내부에만 국한되는 것이라면, win-win 게임의 법칙은 게임 참여자 외부의 도움을 전제하는 것이다.
최근 나와 같은 대다수 국민들은 바다 속에 무슨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수도 없이 우리 눈앞에 나타난 도박장을 다시금 눈여겨보면서 생각한다. 왜 그들은 그릇된 목적으로 시작된 일을 win-win 게임이라 서로 속삭였을까. 결국, 이렇게 lose-lose 게임을 만들고야만 이 사회 시스템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게임의 법칙과 시스템을 만들어줄 리더는 언제 나타날 것인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