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지방선거는 이념도 지방색도 아닌, 특정 정당인지 아닌지의 구도로 판가름났다. 투표하는 많은 국민의 마음은 씁쓸했다. 본시 선거란 정치인의 정치능력과 소속 정당의 정치노선을 `같이' 고려하여 투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완벽히 `따로'였다. 같이 보아야 할 때와 따로 보아야 할 때가 있는 데, 그렇지 못하게 만들어진 상황이 우리를 속상하게 했다.
IT 분야에서도 `따로 또 같이' 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신과 방송 문제, 인터넷과 e-Business 문제, 디지털 콘텐츠와 문화산업 문제 등도 그렇지만, SW와 IT서비스 또한 같이 할 것과 따로 할 것이 있는 대표적인 `따로 또 같이' 명제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SW와 IT서비스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같이 해야 한다. 첫째, SW와 IT서비스는 공히 진정한 지식산업이다. 무형의 상품과 전문인력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역으로 그 가치와 대가를 산정하기가 어렵고 과소평가 받기가 쉽다. IT 가치사슬(Value Chain)의 제일 앞 단에 있는 산업으로서, 이들의 활성화가 전체 IT산업의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이제는 최우선으로 육성해야 한다.
둘째, SW와 IT서비스는 상호 간에도 시장공조 관계가 있다. 대표적인 IT서비스 분야로 IT컨설팅과 IT리서치가 있다. IT리서치는 SW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시장을 창출하며, IT컨설팅은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SW 도입을 제안한다. 또한, SW 도입과 구축이 전제되어 또 다른 IT서비스 분야인 IT교육과 IT아웃소싱/ASP 수요가 발생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SW와 IT서비스는 같이 진행된다.
셋째로는, 날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ERP와 같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구축에는 SW와 IT서비스의 경계가 사실상 없다. ERP라는 SW는 개발사상 자체가 SW 공학이 아니다. SW이면서 그 사상은 IT서비스의 핵심개념인 기업 참조모형을 근간으로 하는 비즈니스 전략과 요구사항이다.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컨설팅과 개발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한편으로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SW와 IT서비스는 따로 서야 한다. 첫째, 지식기반이 다르다. SW가 기술기반 지식이라면 IT서비스는 업무(Domain)기반 지식이다. 기본적인 접근방식이 개발자 중심인 SW 공학으로 경영자나 사용자 중심인 IT서비스를 접근하면 안 된다. IT서비스의 방법론과 R&D는 기존의 SW 기술개발과 별개의 것이다.
둘째, 지식기반이 다르므로 당연히 인력구조가 다르다. SW는 개발자의 창의성과 코딩능력에 의존하나, IT서비스는 업무와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이해능력에서 출발한다. IT서비스 인력의 85% 이상이 SW 개발 관련 학위소지자가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SW 인력양성의 시각으로 IT서비스 인력양성을 보지 말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산업의 입지가 다르다. 국내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로 IT서비스 기업의 대표주자들은 사실상 IT종합상사인 그룹사 기반 대형 SI업체들이다. 대부분의 SW기업이 중소업체 또는 벤처기업인 상황에서 대형 IT서비스 기업과의 관계는 대등하기가 어렵다. 서로 다른 입지를 고려하여 따로따로의 산업 육성 및 시장환경 개선의 목소리를 개진해야 한다.
80년대 초 꽤 인기가 있었던 `따로 또 같이'라는 뮤지션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구성원들이 `같이'할 때도 좋았고, `따로'할 때도 좋은 곡을 많이 발표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노선의 정치인들이 `같이'하는 정당의 역할도 중요하며, 정파를 넘어선 정치인 개개인 `따로'의 신념도 중요하다. 그리 다르지 않은 이유로, 진정한 IT강국 대한민국을 위해 SW와 IT서비스는 같이 할 일과 따로 할 일이 있다. 이들의 `따로 또 같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