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경관 중 하나인 그랜드캐니언은 서울~부산 거리와 비슷한 447㎞ 길이 내내 1500m 높이로 갈라져 있다. 대다수 관광객이 방문하는 남쪽 가장자리(South Rim)와 소수 여행 마니아가 더욱 감탄하는 바로 건너편 북쪽 가장자리(North Rim) 간 직선거리는 불과 6㎞.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저편은 실제 운전해서 이동하려면 또다시 서울~부산 거리인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진정한 디바이드다.
유난히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 모순적으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양극화와 분열의 디바이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업보인 우파와 좌파 대립, 보수와 진보, 그리고 이에 파생되는 수많은 이해집단의 분열, 영남과 호남, 강남과 강북 간 지역 격차, 중장년과 2030세대 간 차이와 이에 대한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고 언급되는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도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1995년 게리 앤드루 폴이 뉴욕타임스에 쓴 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터넷이나 IT 활용 능력 차이로 귀결되는 계층 간 격차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SNS 사용자와 비사용자 차이를 부각한 스마트 디바이드라는 용어도 회자되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을 이런 원치 않는 디바이드 현상의 협조자로 낙인찍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
디바이드를 극복하는 방법은 계층 간 3C(ChannelㆍCommunicationㆍConsensus)를 강화하는 것이다. 디지털은 수많은 새로운 경로(Channel)를 창출했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전에 불가능했던 직접적인 교류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근자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진화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역사적으로도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통합을 위한 통일 독일의 최초 발전 프로그램은 종합 통신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계획인 `텔레콤(Telekom) 2000`이었다.
보다 다양해진 경로는 소통(Communication)을 촉진한다. 조직 내 수직적ㆍ수평적 경계를 허무는 소통 증진에 디지털이 한몫하는 사례는 지천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과 디지털의 공통된 핵심이 양방향이라는 것인데, 소통 단절로 인한 디바이드 해결자로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고 아직도 단순한 정책 홍보나 일방적 정보 전달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나 집권 여당이 아쉽다.
결국 디바이드를 극복하는 것은 공감(Consensus) 단계까지 도달해야 한다. 책임 있는 다수 국민 참여자의 투명한 토론장은 디지털 환경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디지털의 대표적 역기능으로 간주되는 게임에 대해서도 긍정적 사고방식과 협업적 임무 수행을 근간으로 사회성을 키우는 대안 게임을 개발하고 보급해 재미와 감동으로 증폭된 공감의 장으로 만드는 역발상도 해볼 수 있다.
일개 산업 범주를 넘어 전 사회에 대한 IT의 영향과 역할은 이제 너무도 크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일정한 시대에 특정 부류가 부분적인 용도로 집중 사용하는 상황에서 부각된 과도기 현상이 디지털 디바이드라면, 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사회 분열을 치유하고 사고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디지털을 채택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혁명가 류즈단이 말한 것처럼 검은 구름 하나가 태양을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디바이드의 상징인 그랜드캐니언 중앙 계곡에서 유일한 통로인 좁디좁은 `팬텀랜치`를 찾아 나서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첨단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 수용하는 마음가짐으로 그랜드캐니언 남쪽 투사얀에 있는 헬리콥터를 타고 넓디넓은 디바이드를 마음껏 넘나드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