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2006년이 벌써 다 가고 있다. 12월도 가면 2007년이다.
늘 해와 달이 바뀌면 새로운 결심을 다지지만, IT와 IT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2006년은 남달리 아쉽고 힘들었다. 우리가 자칫 포기할 수 있는 몇 가지를 2007년에는 꼭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열해 본다.
IT 따라잡기. 여전히 계속되는 수많은 신조어와 새로운 개념과 상품. 게다가 모든 융합 기술의 중심에는 IT가 있다. 정책적으로도 신성장동력, IT839, 미래유망기술 등 새로운 먹거리 기술을 쏟아냈고, 업계와 학계도 이에 뒤질세라 변종을 만들어 냈다. 신조어를 알고 기술을 이해하고, 게다가 종종 사용해보기도 해야 한다. 2007년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따라잡아야 한다.
IT전문가. 진정한 전문가는 특정 분야에서 항상 남보다 앞서 많이 그리고 깊이 알아야 한다. 그래서 꽉 막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해야 한다. 고수 다우려면 무엇보다도 변화에 따른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더욱 공부하고 연구해야겠다.
IT교육자로서 보람이 줄었다. 불과 몇 년 전과는 달리 대학에서 IT는 더 이상 최고인기학과가 아니다. 열심히 IT와 정보화방법론을 가르쳤더니 IT 기업으로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을'보다는 `갑'하고 싶단다. 교육이 직업이니 포기할 수는 없고, 사회와 기업의 수요를 더 고민해야겠다.
그래서 IT자부심을 포기할 뻔 했다. 모두가 IT가 초미의 관심이고 우리의 희망이라 얘기하지만, 기업과 조직 그리고 정부에서도 IT부처와 부서는 힘이 없다. 조직의 경영과 기획의 핵심에 IT가 들어서기에는 아직 우리사회가 충분히 시스템적이지 않다. 심지어 IT조직조차도 자발적으로 수구적이고 안정적인 기술중심 논리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 2007년에는 어느 때 보다도, IT인으로서 IT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부심을 지켜나가야겠다.
IT 강국은 몇 개의 IT 분야와 기업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나라가 아니라, IT로 강국인 나라이다. IT로 조직이 경쟁력 있고, IT로 개인이 행복한 나라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IT는 기술만큼 조직과 개인에 대한 서비스가 중요한 데, 아직 우리의 소프트웨어는 강하지 못하며, IT 서비스는 강하지도 못한 소프트웨어 그늘 밑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IT강국, IT강국의 꿈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니 새해에는 지난 10년보다 더 IT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외치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IT동료들은 어디 갔을까. IT 열풍과 닷컴기업의 흥망을 겪은 지난 10 수년간 IT분야의 많은 만남이 있었다. 벤처기업인, 회사 임직원, IT전문가, IT정책 종사자, 각종 IT단체 리더 등 다양한 동료와 의기도 투합했고 논쟁도 일삼았다. 그들이 지금은 그 자리에 없고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지만, 그들과 나누었던 멋진 뜻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IT를 떠나서, 정말로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나라정치이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나라와 나와 가족과 후세를 위하여 포기하면 안 된다. 2007년에는, 눈 부릅떠서 지켜보고 냉정히 판단해서 우리와 나라를 이끌 새로운 정치에 한 표 하겠다.
다가오는 2007년은 정해(엑)년으로 돼지해이고 특히 6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홍상수 감독의 1996년 작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답답한 현실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군상을 리얼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에, 권혁웅 시인의 2001년 작 동명의 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돼지는, 도살당하는 현실을 스스로 우물로 뛰어들어 자진하여 탈피하고, 결국 새 봄에 노란 꽃으로 환생하여 번창하는 영적인 도약을 이루었다.
분명히 우리에게 IT는 복덩어리이고 황금돼지임이 확실하다. 답답했던 2006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도약을 기원하는 2007년에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기며 다짐해 보자.